클라이언트는 아실까?
”컬러를 바꿔 주세요”라는 작은 피드백이 신입 디자이너에겐 엄청난 피드백이 될 수 있을 거란 것을.
아마도 모를 것이다. 나도 몰랐다.
어느 날 출근하자마자 클라이언트의 피드백이 도착했다.
디자인한 카드뉴스의 컬러를 전반적으로 바꿔달라고 하셨다.
나는 그 피드백을 보고 금방 끝나겠군 생각했다.
그리고 선임분이 급히 하시던 작업이 있어 그걸 먼저 도우려고 나섰는데,
사수분께서 클라이언트 피드백 수정부터 하라고 하셨다.
’왜 그러시지? 금방 끝날 작업인데?’ 생각하며 자리에 다시 앉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내가 안일했다고.
원래 블랙톤이었던 디자인에 다른 밝은 톤의 컬러를 입히니 완벽해 보였던 디자인이 어설퍼졌다.
’뭐가 문제지?????’ 나는 또 뭔가를 이리저리 바꿔보면서 어설픔을 개선해 보려고 용썼다.
시간을 들여도 어설픔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고,
나는 그대로 실장님께 피드백을 요청했다.
실장님은 내가 만든 카드뉴스를 보시고 어설픔의 이유를 설명해 주시면서 나의 어설픔을 쓱쓱 고쳐나가기 시작하셨다.
디자인을 정돈되고 차분하게 만드는 블랙 배경이 다른 밝은 컬러 배경으로 변경되는 순간 모든 디자인 요소는 붕 뜨게 된다. 방방 뜬다. 텍스트를 포함한 모든 요소는 그것을 다시 가라앉히게 하기 위해 커져야 하고, 그에 따라 자간, 행간 모든 것이 재조정된다.
전에는 우습게 봤던 컬러 하나 바꾸는 것이 이제는 달갑지 않은 피드백이 된 이유다.
물론 이 같은 상황이 늘 있는 것은 아니고 정말 컬러만 바꿔도 되는 상황도 있다.
블랙은 정말 무서운 컬러다.
어설픈 디자인도 있어 보이게, 정돈되어 보이게 하고 때로는 어설픈 디자인은 기가 막히게 가려내기도 한다.
블랙은 어려운 컬러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블랙을 좋아했다.